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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사도 바울이 교회를 지칭하는 말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서로 지체가 되라(롬 12:5)“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받은 우리는 다른 사람의 필요에 응답하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필요에 응답하면서 누군가의 지체가 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거짓 없는 사랑입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거짓없는 사랑을 위해서는, 악한 것을 미워하는 것(去惡)이고, 선한 것을 굳게 잡는 것(執善)입니다. 우리 마음에는 악의 충동과 선의 충동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가장 선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악의 충동은 있습니다. 흉악한 범죄자에게도 선의 충동은 있습니다. 어느 충동에 반응하며 사느냐에 따라 인생은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합니다. 죄의 유혹을 뿌리치는 방법은 선을 굳게 붙잡는 것입니다. 선한 일에 맛을 들이는 순간, 악한 것은 맛을 잃고 맙니다. 섬기는 맛, 나누는 맛, 돌보는 맛, 남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기꺼이 하는 맛, 그 맛에 빠지는 순간 죄의 인력은 약해집니다.


선을 굳게 붙잡은 사람의 마음은 부드럽습니다. 부드러움은 생명에 가깝고 굳어짐은 죽음에 가깝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선을 굳게 잡은 사람은 다른 이의 마음에서 부드럽고 따뜻하고 선한 것을 이끌어 냅니다. 분주한 세상살이에 지쳐 우리 마음은 경직되어 있습니다. 복잡한 서울 시내 거리를 걷다 보면 짜증날 때가 많습니다.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는 이들 때문에 발걸음이 지체되면 슬슬 사람들이 미워지기 시작합니다. 우리 속에 있는 악의 충동이 승리하는 순간입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다정한 사람을 만나면 우리 속에 원기가 솟아납니다.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의 사자가 되어 우리 속에 영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습니다. 천사는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옆자리에 앉은 이들이, 우리 곁을 걷고 있는 이들이 천사인지도 모릅니다.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주는 천사, 길을 못 찾아 애쓰는 사람을 잘 안내해주는 천사,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건네는 천사, 울고 있는 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천사, 다정한 말 한 마디로 울울한 심사를 어루만져주는 천사...성도는 먼저 다가가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입니다. 존경하기를 먼저 하는 사람입니다.


바울 사도는 또한 성도들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성도는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성령으로 뜨거워진 마음으로 주님을 섬겨야 합니다. 소망을 품고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환난을 만나도 오래 참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매 순간 그 마음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즐거운 낙천주의자가 되는 것입니다. 감리교회의 이현주 목사님이 가사를 쓰신 <밥을 먹는 자식에게>라는 곡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을/비바람 땡볕으로 익어온 쌀인데/그렇게 허겁지겁 삼켜버리면/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이 가운데 “그렇게 허겁지겁 삼켜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라는 대목이 딱 목에 걸립니다. 허겁지겁, 건성건성, 대충대충…. 이게 내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믿음의 사람은 일상적인 일 속에도 하나님을 모시는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이 해놓은 일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일이 뒤죽박죽이면 그의 속도 뒤죽박죽입니다. 우리의 일을 거룩한 일로 바꾸는 방법은 다른 것 없습니다. 자꾸만 우리 마음을 하나님께 가져가야 합니다. 그게 바로 기도입니다. 사순절특별새벽기도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말씀기도와 더불어서 하루를 살아 내는 것은 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노동과 기도가 결합되어 있는 아름다운 그림은 밀레의 <만종>입니다. 노을이 지는 들녘에서 한 부부가 삼종기도(Angelus) 시간을 알리는 저녁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아내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머리를 깊이 숙여 기도하고, 남편은 모자를 벗어 들고 기도를 올립니다. 캐다 만 감자가 흩어져 있는 황톳빛 들판 저 너머로 아스라하게 교회당이 보입니다. 기도를 위해 잠시 일을 멈추는 순간은, 우리 속에 쌓인 상처, 분노, 스트레스, 슬픔 같은 감정의 악순환을 끊고 나를 하나님의 사랑 앞에 내려놓는 시간입니다. 기도와 일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을 때 우리의 일상적인 일은 거룩한 일로 변합니다. 힘겨운 일은 즐거운 일로 변합니다. 기도로 조율된 일은 그 자체로 하나님에 대한 섬김이 됩니다. 말씀기도를 통해서 내 사람의 지향점을 나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하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향한 삶의 목적과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난 사순절 동안, 무릎으로 말씀기도로 나아오신 성도들께 감사드립니다. 부활이후에 주님이 우리를 사랑한 것 같이 우리도 서로 거짓없이 사랑하길 원합니다.


로마서의 말씀을 보면 성도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는 “성도들이 쓸 것을 공급하고, 손님 대접하기를 힘쓰라”는 요청 앞에 서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 누군가의 지체가 되어주라는 말일 겁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잠시 동안 맡기신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자꾸 주는 것입니다. 주면 줄수록 지갑은 줄지만, 내적 자유는 늘어납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질적인 부족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외로운 사람에게 다가가 말벗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성전 미문 앞에 앉아 있던 앉은뱅이 거지에게 나사렛 예수를 소개했습니다. 얻을 게 뭔가를 생각하기에 앞서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 그가 바로 천사입니다. 되돌려 받으려는 마음 없이 줄 때, 우리의 줌은 하나님께 드림이 됩니다. 부활절 이후, 인생이 고마움임을 아는 사람들은 이제 누군가의 천사가 되기를 소망해야 합니다. 나는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누군가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살맛을 불어넣으시기를 기원해야 합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소명에 응답하며 사시기를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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