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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얼싸 안아 주어야

함께 살 수 있는 세상


율법은 하나님의 뜻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개인교사’ 입니다. 바울사도는 몽학선생이라고 설명합니다. 몽학선생은 그리스어는 페이다고고스(paidagogos)입니다.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돌보는 가정교사를 뜻합니다. 귀족의 자녀들을 돌보며 학교에 데려가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가르치는 일을 합니다. 경험과 능력으로는 교사가 될 만한 인물이지만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책임을 맡지 않았습니다. ‘몽학선생’의 돌봄을 받는다는 것은 아이가 여전히 미숙한 상태에 있음을 전제로 합니다. 미숙한 아이에게는 훈련과 규율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어떤 행동을 하면 칭찬을 받고, 어떤 행동을 하면 꾸중을 듣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뿐 실제로는 순응하며 살아갑니다. 처벌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율법 규정을 잘 지키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당신의 자녀이기에 사랑하십니다.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 예수와 하나가 되고, 그리스도로 옷 입은 사람임이 분명하다면 이제는 두려워하는 마음을 떨쳐야 합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는 사람은 어두운 밤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둠이 다하면 새벽이 다가오리라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고뇌의 순간이 찾아와도 낙심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오히려 찬양의 기회로 삼습니다. 우리 자신의 연약함을 용납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남의 허물과 연약함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헨리 나우웬 신부의 책에서 가슴 뭉클한 대목과 만납니다. 93세 된 아버지와 64세가 된 아들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 사연입니다. 그는 “지금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이 친밀감은 30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불가능한 것”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아버지는 다소 권위적이었고 무뚝뚝했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다가서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둘 다 나이가 들고 점점 방어적인 태도가 줄어들면서 둘은 서로를 편하게 대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면서 “내가 아버지를 바꾸려는 마음을 버릴수록 아버지도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시며 자신의 약한 부분을 내보이신다. 이제 둘 다 ‘노인’이 되다 보니 우리의 필요는 거의 비슷해졌다.”(헨리 나우웬, <<안식의 여정>>, 132-133쪽)고 고백합니다. 서로를 바꾸려는 태도를 버리고, 서로의 약한 부분을 내보이게 되기까지 그들에게는 3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율법주의의 질곡 아래 있는 이들은 자신의 허물과 약함을 한사코 숨기려 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잘못을 고치려 합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깁니다. 하지만 은혜 아래 사는 이들은 자신의 약함과 허물이야말로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는 통로임을 알기에 서로의 연약함을 보듬어 안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을 방어하려는 마음과 경쟁심은 줄어들고, 상대의 아픔을 나누려는 사랑은 커집니다.


율법의 특징이 무엇인가 가르는 것이라면 은혜의 특징은 안아 주는 것입니다. 얼싸 안아 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긍휼히 여기시고 우리를 받아 안으셨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의 모임인 교회는 의인들의 모임이 아닙니다. 저마다 부족함과 허물이 크지만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거듭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에서 받아들여지기를 소망합니다. 받아들여짐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우리 삶은 황량하게 변합니다. 세계적인 락 그룹 비틀즈의 드럼 연주자인 링고 스타가 한번은 병이 들어 다른 사람에게 드럼을 내주게 되었습니다. 그는 불안했습니다. 팀 멤버들이 다시 자기를 반겨줄지 회의가 생겼던 것입니다. 그는 자기가 밴드의 일원이 될 만큼 실력이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에 시달리다가 동료들에게 이적 의사를 밝혔습니다. 동료들은 자기들이 링고 스타를 깊이 사랑하며 존중하고 있다는 것과 그가 최고의 드럼 주자라는 것을 확신시키기 위해 그의 온 집을 꽃으로 가득 채워야 했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받아들이심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친밀하게 사귀는 것을 기뻐합니다. 그들은 세상이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선들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친밀하게 사귑니다.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피부색도 하나님의 백성들을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낯선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삶의 지평을 확장하라는 하늘의 초대입니다.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마음을 열고, 지갑을 열고, 대문을 열 때 새로운 인류가 탄생합니다. 바울은 예수님을 통해 열린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3:28) 우리는 저마다 하나님이 ‘있어라’ 하는 자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삶은 소명입니다. 우리의 삶의 자리는 하나님의 뜻을 수행할 수 있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이제 그곳에서 차별을 지우며 살아야 합니다. 미국의 인종갈등은 뿌리 깊은 문제입니다. 우리가 사는 오클랜드와 베이지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주간에 텍사스 달라스의 인종차별의 시위를 진압하던 경관 열 한 명이 총격을 당했습니다. 다섯 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승리자가 없습니다. 차별로 말미암아 상처 입은 사람들입니다. 서로를 사랑과 존경으로 부둥켜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소외감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벗이 되어주십시오. 이것을 빼놓고는 ‘거룩한 삶’을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손길이 닿는 곳마다, 발걸음이 머무는 곳마다 사회적/문화적/종교적 차별이 사라진 참 평화의 세상이 열리기를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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