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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공중의 새를 보아라. 씨를 뿌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곳간에 모아들이지도 않으나,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 그것들을 먹이신다. 마 6:26"


오늘은 야외예배로 나왔습니다. 특별히 환경을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세상의 창조주임을 믿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은 본래 조화롭습니다. 모든 생명들이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자기 몫의 삶을 한껏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탐욕입니다. 지금의 문명은 욕망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함으로 유지됩니다.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구 생태계는 더 이상 인간의 탐욕스러운 삶의 방식을 버텨낼 힘이 없습니다. 이럴 때면 삶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아야 합니다. 숨 가쁘게 달려보지만 행복은 늘 신기루처럼 저만치 멀어지고 있고, 알 수 없는 불안이 스멀스멀 삶을 장악하고 있고, 함께 살라 하신 이웃들은 잠재적 경쟁자 혹은 적처럼 보입니다. 환대보다는 적대감이 넘칩니다. 옳고 그름을 정밀하게 판단하기보다는 진영 논리에 따라 네편 내편을 가르며 싸웁니다.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분노 조절 장애를 겪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은 이렇게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주님은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염려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너무 한가롭고 낭만적인 교훈 같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말씀은 소중합니다. 삶이 곤고할수록 가끔 시선을 더 큰 세계로 돌려야 합니다. 그래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치의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이들은 희망의 불모지인 그곳에서 비인간이 될 것을 강요받았습니다. 극한의 상황이었기에 살아남기 위해 먹을 것 때문에 다투고, 사소한 편익을 위해 동료들을 배신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인 프리모 레비는 그 참혹한 수용소에서 자기를 지켜준 것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한 대목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대는 자신의 타고난 본성을 생각하라. 그대들은 짐승처럼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덕과 지혜를 구하기 위하여 태어났도다." 자기 존재에 대한 긍정, 비인간화시키려는 이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수용소와 같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어떤 상황 가운데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은 육인 동시에 영이기 때문입니다. 육의 굶주림도 문제이지만 영의 굶주림은 더 큰 문제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구차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공중의 새를 보아라'.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 하늘 아버지께서 먹이고 입히시지 않더냐는 것입니다. 물론 이 단락은 하나님의 돌보심을 신뢰하고 맡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보고 싶습니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향유하는 능력이 회복될 때 우리는 과도한 욕망의 지배에서, 소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작고 사소한 것 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빈곤하지 않습니다.

신비에 사로잡힌 시편 시인은 하나님의 주권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땅과 그 안에 가득 찬 것이 모두 다 주님의 것, 온 누리와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것도 주님의 것이다."(시24:1) 진실한 믿음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다 주님의 것임을 겸허히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주님의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면 우리가 어찌 그것을 함부로 대하거나 훼손할 수 있겠습니까? 속에 있는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법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우리의 길이라고 고백합니다. 길이신 주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마 6:33) 주어진 일상의 모든 순간에 하나님의 마음을 모셔 들이십시오. 학교나 집에서 공부하고, 일터에서 일하고, 벗들과 어울려 놀고, 가족들과 지내는 모든 순간 속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그러면 삶이 가지런해지고 따뜻해질 것입니다. 작고 여리고 어여쁜 생명들의 아름다움에 눈 뜨고, 그것을 세심하게 돌보려 할 때 우리 삶의 비애는 줄어듭니다. 이런 돌봄에는 지금 비참하고 곤고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관심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돌보는 마음은 우리 내면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명약입니다. 우리 마음이 건강해지면 우리가 잠시 세 들어 살고 있는 자연 세계도 평안해질 것입니다.


인류가 출현한 이래 세계 인구가 10억 명에 달한 때가 1810년이라 합니다. 그런데 불과 200년 사이에 인구는 그 일곱 배인 70억 명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으로부터 야기된 새로운 멸종이 멀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경제 논리가 생명의 논리를 압도하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합니다. 생명 중심적 사고로의 회심이 일어나야 합니다. 성공의 사다리 맨 밑단에 있는 이들조차 각자에게 주어진 생의 몫을 온전히 누리며 살도록 세심하게 보살펴야 합니다. 배우지 못했어도, 물려받은 것이 없어도, 병약하게 태어났어도, 실패를 거듭해도 우리를 부둥켜안아주는 공동체가 살아 있는 한 절망이란 없습니다. 교회는 바로 이런 일을 하라고 부름 받은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우리와 더불어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어 하십니다. 피조물들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그것을 아끼고 돌보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면이 풍요로운 이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법입니다. 이 아름다운 초대에 삶으로 응답하는 우리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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