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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눈여겨보면 가끔 손에 붕대를 감고 교회에 오는 성도님들이 있습니다. 혹은 밴드나 반창고를 두르고 오는 성도에게 웬일이냐고 물으면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다쳤다고 말합니다. 어지러워서 넘어지든 뭔가에 걸려 넘어지든, 넘어질 때의 그 당혹스럽고 허전한 느낌은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소망선교회의 성도님들이 교회의 큰 밴에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 혹 높낮이가 다른 바닥에 걸려 넘어지시지 않을까 싶어 여간 마음 쓰이는 게 아닙니다. 기운이 있는 이들은 뭔가에 걸려도 중심을 잃지 않지만, 기운이 없는 이들은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넘어지기 일쑤입니다. 마당이나 운동장에서 뛰고 또 뛰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저들의 안전이 신경이 쓰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육신의 기력이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내면의 기력이 약해지는 것입니다. 시간에 쫓기듯 분주하게 살다보면 마음의 여백은 점점 사라지고, 사고도 경직되게 마련입니다.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마음의 균형을 잃을까봐 신경을 쓰다 보면,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곁에 어떻게 오래 머물 수 있겠으며, 어떻게 그들의 품이 되어줄 수 있겠습니까? 바울 사도는 자기를 찾아온 스데바나와 브드나도와 아가이고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 사람들은 나의 마음과 여러분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고전16:18)고 말합니다.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사람’, 그는 자기 내면에 기운이 생동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유연하게 사고하고, 어지간한 위기가 닥쳐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면에 기운이 가득 찬 사람이라 해도 기력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이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입니다. 어찌 보면 기운이 빠지는 것은 복이기도 합니다. 기운이 빠질 때라야 자기 외부의 세계가 아닌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어둔 밤을 체험한 적이 없는 사람은 인생의 깊이를 모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내 속에 있는 어둠에 소스라쳐 놀라지 않는다면 어찌 하나님의 빛을 은총으로 체험하겠습니까? 성경의 인물 가운데 가장 세찬 기운을 가지고 산 사람은 아마도 엘리야일 겁니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도 시난고난 앓다가 죽지 않고 불 병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집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아합 왕 때입니다. 이스라엘의 왕 아합은 페니키아의 공주 이세벨을 왕비로 맞아들였습니다. 이세벨은 많은 혼수품과 함께 바알 신앙을 가지고 왔습니다. 풍요의 신 바알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사람들은 평등공동체 수립이라는 출애굽의 정신을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풍요’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우정과 환대 그리고 돌봄과 나눔이라는 공동체적 가치에 등을 돌리게 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흉허물 없이 지내던 마을 공동체가 개발의 바람을 타고 들어온 돈 때문에 갈기갈기 찢기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아합이 다스리던 이스라엘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힘을 가진 이들은 약한 이들을 윽박지르거나 속이거나 살해함으로써 자기들의 잇속을 챙겼습니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지키려다가 죽임을 당한 나봇은 그 시대 민중들이 처해있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가뭄이 찾아왔습니다. 인간 세계의 소통이 막히면 자연조차 황폐해지게 마련인가 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흘러야 할 사랑의 기운이 막히면 땅도 하늘도 막히기 때문입니다. 이때 등장한 예언자가 엘리야입니다. 그는 일찍이 아합에게 나가 여러 해 동안 비는커녕 이슬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을 것(왕상17:1b)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삼년 가뭄이 있은 후 엘리야는 다시 아합과 만나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예언자들을 갈멜산으로 불러달라고 말합니다. 누가 과연 참 하나님인지를 알아보자는 것입니다. 엘리야는 그곳에 모인 백성들을 준엄하게 꾸짖으며 결단을 촉구합니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머뭇거리고 있을 것입니까? 주님이 하나님이면 주님을 따르고, 바알이 하나님이면 그를 따르십시오.”(18:21) 그러나 백성들은 예언자의 시선을 피하며 묵묵부답입니다. 엘리야와 바알의 예언자들은 어느 분이 참 하나님인지를 한번 따져보자고 합니다. 제단을 쌓고 그 위에 소를 잡아 각을 떠서 올려놓고 각자의 신의 이름을 부를 때, 불을 내려서 응답하는 신이 참 하나님이라는 것입니다.


바알의 예언자들은 아침부터 한낮이 될 때까지 ‘바알은 응답해 주십시오’ 하며 부르짖었습니다. 응답이 없자 그들은 제단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래도 응답이 없자 칼과 창으로 피가 흐르도록 자기 몸을 찌르며 광란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엘리야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는 백성들을 제단 가까이 불러 모으고, 이스라엘 지파 수대로 돌을 모아오게 해서 무너졌던 하나님의 제단을 쌓았습니다. 나뭇단 위에는 각을 뜬 소를 올려놓았습니다. 제단 둘레에 두 세 말 들이 곡식이 들어갈 수 있을 넓이의 도랑을 파고는 물통 네 개에 물을 가득 채워다가 제물과 나뭇단 위에 쏟으라고 했습니다. 똑같은 일을 세 번 반복되었습니다. 아시는 바대로 4는 땅의 완전함을 나타내는 숫자이고 3은 하늘의 완전함을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12통의 물이 부어지자 도랑이 넘치게 되었습니다. 엘리야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자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주님의 명령을 따라 한 일임을 사람들이 깨닫게 해달라고, 그리고 주님만이 주 하나님이시고 백성들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시는 분임을 드러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러자 주님의 불이 떨어져서 제물과 나뭇단과 돌들과 흙을 다 태웠고, 도랑 안에 있던 물까지 다 말려버렸습니다. 백성들은 경외감에 사로잡혀 “그가 주 하나님이시다! 그가 주 하나님이시다!” 하고 외쳤습니다. 신적 분노에 사로잡힌 백성들은 바알과 아세라의 예언자들을 붙잡아 이스르엘 평원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기손 강가로 데려가 모두 죽였습니다. 그런 후 엘리야가 비를 내려달라고 일곱 번 기도하자, 바람이 일고 짙은 구름이 몰려와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바람과 구름과 비를 다스리는 것은 바알이 아니라 야훼 하나님임을 넌지시 일깨우고 있습니다. 때론 넘어짐도 메마름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응답의 불과 비를 기다리는 심령을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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