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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공동체를 훈련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나, 훈련 없는 공동체는 새 생명을 받아 풍성함에 이르게 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안전하고 익숙한 배타적인 장소를 더 많이 지칭하는 ‘알맹이 없는’ 단어가 되고 맙니다. 진정한 공동체를 이루려는 곳일수록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고금의 다양한 형태의 공동 생활에만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우정, 결혼, 가정의 상호 지지관계에도 똑같이 필수적입니다.


… … 우정, 결혼, 가정, 종교 생활, 기타 모든 형태의 공동체는 고독과 고독의 인사요, 영혼과 영혼의 대화이며 심령과 심령의 부름입니다. 그것은 삶을 함께 나누라는 하나님의 분부를 감사로 인정하는 것이며, 성령의 재창조하는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훈훈한 공간을 기쁨으로 내드리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형태의 더불어 사는 삶은 우리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의 진정한 임재를 서로에게 보여주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공동체란 상호 일치성과는 거의 무관합니다. 교육 배경, 심리 상태, 사회 신분 따위의 유사성은 사람을 한데 모아 놓을 수 있으나 결코 공동체의 기반은 될 수 없습니다. 공동체의 기반은 사람끼리 서로 끌리는 매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함께 나란히 부르시는 하나님께 있습니다.

자기들 이익을 보호하고 자기들 지위를 옹호하고 자기들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결성된 단체가 많이 있지만, 그 어는 것도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아닙니다. 이런 단체는 두려움의 벽을 허물고 하나님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의 혹은 가상의 침입 세력에 대비하여 자신들의 문을 꼭꼭 걸어 잠급니다.

정확히 말해서, 공동체의 신비는 아무리 제각각 다른 사람들일지라도 모든 사람을 다 품어 그리스도의 형제 자매로, 하늘 아버지의 아들 딸로 함께 살게 하는 데 있습니다.

이 공동체 훈련의 구체적 형태를 한 가지 소개하고 싶습니다. 함께 듣는 연습입니다. 말 많은 이 세상에서 우리는 함께 하는 시간을 대개 말하는 데 소비합니다. 경험을 나누고 흥미로운 주제를 토론하고 시사문제에 일가견을 표할 때 우리는 가장 편안함을 느낍니다. 아주 열심히 말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발견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말이라는 것이 문보다는 벽으로, 가까워지기보다는 멀어지게 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종종 깨닫습니다. 서로 경쟁하고 있는 (때로 본심과 정반대로) 우리 자신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야말로 남의 관심을 끌 가치가 있으며 남한테 보여 줄 특별한 것이 있다며 서로 그것을 입증해 보이려 합니다.

공동체 훈련은 그런 우리에게 함께 침묵하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이 훈련된 침묵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침묵이 아니라, 우리를 나란히 부르신 주님에게 함께 시선을 모으는 침묵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를 인간이 만들어 낸 정체 (identity)에 초조히 매달리는 자들로서 아는 것이 아니라, 같은 하나님께 아주 친밀하고 독특한 사랑을 입은 자들로 알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를 공동의 침묵으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은 성경 말씀일 때가 많습니다 바울의 말처럼 믿음은 들음에서 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성경 말씀을 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역적, 역사적, 심리적, 종교적으로 각기 다른 곳에서와 이렇게 함께 있습니다. 이렇게 상이한 사람들이 똑 같은 말씀을 함께 들을 때 우리 안에는 공동의 열린 마음과 연약함이 싹트게 되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그 말씀 안에서 함께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공동체로서의 우리의 참 정체를 발견할 수 있고, 그렇게 우리를 함께 부름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으며, 그렇게 우리는 내가 고독 속에서 만난 그 주님이 언어와 교파와 성격을 초월하여 이웃들의 고독 속에서도 말씀하신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함께 듣는 중에 진정한 창조적 침묵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이 침묵은 하나님의 자상하신 임재로 가득 찬 침묵입니다.

이렇듯 말씀을 함께 들을 때 우리는 경쟁과 라이벌의식에서 벗어나 같은 사랑의 하나님의 아들 딸이요, 주 예수 그리스도 및 서로의 형제 자매로 우리의 참 정체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헨리 나우웬의 모든 것을 새롭게 [두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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