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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에서도 큰 방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실종되어 가족들이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며 기억을 복원해나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늘 곁에서 무한한 사랑을 줄 것 같은 존재였던 엄마는 실종됨으로써 오히려 가족들에게 더 소중한 존재로 인식된다는 내용입니다. 서양 사람들도 이 책에 크게 공감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삶이 외롭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이들도 있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부모님은 대개 우리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셨습니다. 가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을 때 누군가 준엄한 목소리로 꾸짖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부모가 아니면 누가 그런 역할을 해주겠습니까?


살다보면 자식들에게도 차마 말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겪습니다. 자랑스럽고 떳떳한 기억도 있지만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도 있습니다. 어떤 일을 도모하다가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있습니다. 현실의 도전에 맞서 용기 있게 처신한 때도 있지만, 두려움 때문에 슬그머니 고개를 숙인 때도 있습니다. 그런 모든 이야기를 자식들과 다 나누는 것이 좋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이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은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내 아버지 어머니도 연약한 분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 우리는 비로소 애틋하게 그분들의 삶을 부둥켜안을 수 있습니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런데 믿음의 사람들은 그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설 힘이 어느 순간 자신에게 공급됨을 알아차립니다. 애통하고 절통한 상황에서도 삶을 계속할 힘을 공급하시는 분,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절망의 심연에 빠진 사람이 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희망이 주입되기 때문입니다. 무기력 증에 빠져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정의를 위한 싸움에 나서는 것은 하나님의 영이 그를 사로잡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유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교회>라는 표어를 쓴 적이 있습니다. 자식들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싶으십니까? 재산이나 지위입니까? 지난 11년 오클랜드에서 함께 지내면서 많은 굴곡진 일들이 있었고, 예전 램프불 밑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처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저 돌아보면 감사이고 은혜입니다. 사랑만 받았습니다. 더 많이 사랑하질 못했습니다. 많은 것을 보았고 많은 것을 들었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아끼고 돌보고 품어 안는 것입니다. 많이 아끼고 품어 주는 것, 사랑만 하며 사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세대를 이어가며 우리가 꼭 붙들어야 할 으뜸 되는 가르침을 몸으로 보여주신 분들이 오클랜드교회에는 많이 계셨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적은 분들도 계십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은 분들도 계십니다. 후손들에 대한 들려줄 우리의 사랑법이 있어야 합니다. 말로 빌어주는 축복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삶으로 하는 축복입니다. 우리 삶이 후손들의 삶을 통해 계속되기를 바란다면 바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복을 빌어주는 자로 사십시오. 생명을 살리는 생을 택하십시오. 감사함으로 기억되는 이름이 되십시오. 흔들리지 마십시오. 주님의 은총으로 각 가정의 삶의 핵심이 자자손손 아름답게 계승될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